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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각 착시 테마파크: 에임스 방 (ames room) 만들기 with 헤르만 격자(hermann grid), 화이트 착시(white's illusion) 본문

지각 심리/제작

시지각 착시 테마파크: 에임스 방 (ames room) 만들기 with 헤르만 격자(hermann grid), 화이트 착시(white's illusion)

이제언 2021. 11. 24. 20:20

오늘 만들 작품

비슷한 크기의 사람인데 이 방에만 들어가면 한 명은 엄청 커지고 한 명은 엄청 작아진다고 한다.

우리가 이 방을 만들려면 역시 마법을 부리는 수 밖에 없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마법사가 아니라 그냥 머글이기 때문에 사람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마법 말고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으로 만들어보자.

우리 뇌에게 사기를 친다는 말이다.

ames room

Ames room 에임스 방

알버트 에임스가 고안한 희안한 방이다. 이 방에 들어가면 동일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크기는 엄청 커 보이고 한 명의 크기는 엄청 작아보인다. 원리는 밑에서 설명하겠다.

 

그런데 에임스 씨의 방을 만드려면 인테리어를 해야할 텐데, 무슨 벽지를 바르는 게 좋을까?

이왕 만들 거면 다른 착시를 이용해보자.

The hermann grid

hermann grid 헤르만 격자

저 사진을 보면 응시점에서 살짝 벗어난 흰색 코너에 약 50% 투명해보이는 회색 동글뱅이가 보이는가?

하지만 응시점을 옮기면 그 쪽에 있는 회색 점은 사라지고 대신 원래 없었던 곳에 회색 점이 나타난다.

정말 회색점이 없다는 걸 알고싶다면 손가락으로 검은색 사각형을 가려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 착시는 시각시스템에서 측면억제(lateral inhibition)때문에 일어나는 착시효과인데, 측면억제 lateral inhibition란 주변 빛에 의한 발화가 많을수록 대상의 자극에 의해 생기는 발화를 억제하는 효과이다. 즉, 주변 밝기가 밝으면 그 물체가 원래보다 더 어두워 보이고, 주변 밝기가 어두우면 그 물체가 고냥 고대로 밝게 보인다는 뜻이다.

 

근데 측면억제로도 설명할 수 없는 착시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이건 화이트 씨가 고안해 낸 착시라 이름도 화이트 착시이다.

이것도 도배를 할 때 필수 텍스쳐다. 헤르만 격자 옆에다가 붙일 예정이다.

white's illusion

white's illusion 화이트 착시

A, B에서 각각 회색 사각형이 보이는가? 언뜻 보면 A 사각형이 B 사각형보다 어두워보이지만, 사실 둘 다 똑같은 회색이다. 엥? 근데 위에서 본 설명대로라면 A 사각형보다 B 사각형이 측면 억제를 더 많이 받아서 더 어두워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이 착시가 측면억제로 설명할 수 없는 착시인 것이다. 여기서 Alan Gilchrist와 그 동료들은 측면억제보다 소속성(belongingness)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소속성이란 한 영역의 모습이 배경 중에 그 영역이 소속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의 영향을 받는다는 원리이다. A 사각형은 검은 띠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여서, 결국 흰색 배경 위에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 흰색 배경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 검은색 띠 레이어가 제일 위에 덮여져있고, 그 밑에 흰색 배경 위에 회색 사각형이 있는 것 처럼 보여서 흰색 배경에만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 B 사각형은 반대로 흰색 띠가 위에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여 검은색 배경에만 영향을 받는다. 

 

이 모든 걸 합쳐서 만든 게 바로 이것이다.

(참고로 나는 교수님 얼굴을 붙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엘모 얼굴로 모자이크 시켰다. 왜 하필 교수님 얼굴이냐면.. 착시를 일으키는 물건 하나를 만들어 오라고 시킨 게 교수님이라서...)

완성본 동영상

어떻게 갑자기 사람의 크기가 달라져보일까?

이 방은 아래와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정사각형의 방이 아니라, 사다리꼴 모양의 방이다.

벽 한 쪽에 구멍을 뚫어서 그 쪽으로만 볼 수 있게 하는데,

그 틈새 구멍으로 보면 방 구조가 사다리꼴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직육면체로 보인다.

앞쪽 사람보다 더 멀리 있는 뒤쪽 사람이 더 작아보이는 건 당연한 사실인데, 틈새구멍으로 보면 깊이 지각이 방해받아 다른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거리, 즉 평행선상에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각된 거리가 동일하게 보이는데 망막에 비친 크기는 다르니 '멀리 있어서 작구나'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크기 자체가 작구나' 라고 우리 뇌에서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한 쪽 사람이 다른 쪽보다 훨씬 작아보이게 된다.

ames room 원리

그럼 이 방을 어떻게 만들까?

ames room을 만들 수 있는 키트도 시중에 있지만, 굳이 그게 없어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나는 먼저 구글에 만든 사람들의 게시물을 참조했는데, 그 중 참고할만한 두 개의 게시물을 소개하겠다.

 

이 파일은 ames room의 전개도인데, a4용지로 뽑으면 굉장히 작고 아담한 ames room이 완성된다.

여력이 있다면 대형 사이즈 인쇄를 추천하고, 아니면 이 전개도를 참고해서 직접 전개도를 그리자.

http://www.pc.rhul.ac.uk/staff/J.Zanker/illusions/ames_room.pdf

이건 박스에다가 직접 전개도를 그린 사람인데, 각도나 크기를 참고하기에 좋은 게시물이다.

https://didsomeonesaycake.wordpress.com/2014/04/22/optical-illusion-making-an-ames-room-from-scratch/

 

Optical illusion: Making an Ames room from scratch

I first heard about the Ames room when the Royal Institution of Great Britain uploaded a ‘Tales from the prep room’ video on facebook The Ames room was invented by an opthalmologist nam…

didsomeonesaycake.wordpress.com

 

준비물: 우드락 or 두꺼운 골판지 or 종이박스, 프린터 or 색지, 풀, 글루건 or 순간접착제 or 목공풀, 아트나이프 or 커터칼, 전개도를 직접 그릴려면 자, 각도기, 펜

 

나는 각도를 일일히 계산하기 귀찮아서 그냥 첫 번째 전개도에서 X2배를 해서 우드락에다가 작업했는데, 전개도를 직접 그릴거면 각도까지 재면서 그리는 걸 추천한다...... 만들 때 각도가 이상해서 많이 덧붙이고 많이 수정했다..ㅠ,ㅜ

우드락이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자르기도 어렵지 않으니 추천. 물론 단단한 골판지, 박스도 좋다.

다만 우드락은 그냥 커터칼로 자르면 좀 모양이 이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아트 나이프나 다른 날이 잘 드는 칼을 추천한다. 귀찮으면 뭐 하는 수 없고..

나는 도배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우드락으로 전개도를 그려서, 우드락을 자르고, 그 조각을 다시 스캔해서 그 조각 크기에 맞게 포토샵으로 도안을 만들었다. 이건 내가 큰 사이즈 인쇄가 안 돼서 한 삽질에 가까워서, 대형 사이즈 인쇄가 가능하다면 그냥 저 전개도 위에 붙이고 싶은 패턴이나 색을 붙여서 인쇄하는 게 좋다. 아니면 단색으로 굳이 인쇄를 안 하고 색지만 오려서 붙여도 좋고, 그냥 저 전개도에 있는 디자인 그대로 같다 써도 좋음.

다만 바깥 벽이 아니라 안쪽 벽에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면, ames room 착시를 위해서 변형을 살짝 가해야한다. 사다리꼴의 벽면에 부착하려면 데코도 사다리꼴로 변형시켜야한다.

아, 그리고 전개도를 직접 그릴 거라면 사다리꼴에서 뾰족한 부분 말고 직사각형 부분을 세로로 더 길쭉하게 만드는 걸 추천한다. 너무 가까워지면 틈새 구멍으로 전체 화면이 다 안 보인다(ㅠ,ㅜ)

우드락이랑 그냥 종이랑 풀로도 쉽게 붙기 때문에 나는 벽면은 다 풀로 붙이고, 우드락과 우드락을 이어줄 때는 글루건을 이용했다.

내가 만든 벽지/바닥 도면. 가장 큰 벽에 헤르만 격자를 설치했다. 저렇게 찌그러뜨려야지 실제로 볼 때는 정사각형으로 보인다. 내가 만든 걸 그대로 쓰는 걸 추천하지 않는데, 저대로 만들면 안 맞아서 몇 번 자르고 덧대야 한다ㅠㅠ 그냥 전개도는 위에 올려준 사이트에서 보시고, 이건 어떻게 꾸몄는지 참조만 하는 걸 추천한다.

바깥쪽은 착시 범위가 아니라서 그냥 인쇄해서 우드락 크기에 맞게 잘라서 붙였다. 더 정교하게 하려면 바깥쪽도 저렇게 일일히 크기를 재서 만들고 붙여야겠지만 그정도까지 노력하고 싶진 않아서...

바깥쪽 면에는 색을 달리한 헤르만 격자, 화이트 착시를 붙였다.

안에는 사람을 그냥 두 명 넣고 고정을 시키니까 사람들이 원래 다른 크기가 아닌 지 의심을 해서, 나무젓가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사람을 새로 넣었다. 그냥 처음부터 나무젓가락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았을 듯? 지붕은 완전히 덮여져 있으면 너무 어두워져서 반절만 붙였다. 

완성본

잘 보면 색을 달리한 헤르만 격자에서도 착시가 보인다.
젓가락으로 뚫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우드락을 붙여줌.
화이트 씨 안녕하세요?
창문 위에 덧댄 흔적이 보이는가..?
나무젓가락을 일단 넣고 안에서 사람을 붙였는데, 그냥 먼저 붙이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끼웠으면 될 일이였다.
위에서 본 전경

누구나 이 방을 만든다면 인기짱이 될 것이다.

이걸 본 모든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들도 다들 좋아했다.

약간의 착시를 곁들인 나만의 방, 다들 만들어보자!

 

 

참고

E. Bruce Goldstein, 곽호완 외 6명 옮김, 감각 및 지각심리학 9판(2015), 박학사

사진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mes_room

https://en.wikipedia.org/wiki/Grid_illusion

https://en.wikipedia.org/wiki/White%27s_illusion

같이 만든 이

귀염둥이 후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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